공공미술프로젝트 우주농부의 정원

<Seed Station 우주농부의 정원> 목재, 백신약병, 토종씨앗 324종, LED조명, 금경, 3m(L)x 12m(W) x 4m(H), 2021

위치: 서울시 도봉구 창동역 1번출구





324개의예술감자를 키우는 씨앗연구소 / 성북

324개의 토종씨앗- 토종씨드림 ,전남 고성

해왕성의 새로운 위성을 발견하는 법은 배워도 제 눈 속의 티끌은 보지 못하고, 식초 한 방울 속에 우글거리는 괴물들은 연구하면서, 주위에 우글거리는 괴물들에게 자신이 잡아먹히고 있는 줄은 알지 못한다.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1845, 68페이지, 열림원

<SEED STATION 우주농부의 정원> 서문

총괄작가 권은비

나는 마치 SF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2020년, 전 세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덮친 겨울, 내가 창동역 앞에 섰을 때 말이다. 머리 위로는 전철이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지나갔고, 열차가 정차하면 창동역 1번 출구계단으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창동역 고가하부 공간은 마치 섬처럼 존재했다. 버스와 택시는 매연과 엔진소음을 내뿜으며 창동역과 창동역 고가하부 공간 사이의 회차로를 물줄기처럼 휘감아 돌고 있었다. 우울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를 찍는다면 이곳, 창동역 고가하부 공간이 매우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공공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막연한 대답으로 나는 비에 젖은 흙냄새와 바람에 살랑거리는 초록 식물들이 떠올랐다. 그것은 거대한 회색 콘크리트 철골구조의 고가하부공간 이미지의 대척점에 있는 것들이었다. 공공예술프로젝트 <SEED STATION 우주 농부의 정원>은 바로 그 지점으로부터 구상되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문명의 흐름 속에서 신속, 정확, 편리에 맞춰진 최첨단 도시도 코로나바이러스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과 도시와 도시 사이, 나라와 나라 사이의 이동이 위험한 시대가 도래했다. 뉴스에서는 연일 그 흔한 파 한 단이 비싸졌다고 보도했지만, 가격이 오른 것은 파뿐만이 아니었다. 수출과 수입에 의존하는 모든 물적 자원들의 가격이 점점 상승했고, 어떤 나라에서는 슈퍼마켓에서 생필품을 서로 사수하려는 난투극이 벌어졌다. 지금의 상황이 벌어지기 오래전부터 세계는 도시화로 인해 숲과 산이 파괴되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기존의 열대 과목지대를 초원지대와 낙엽수림으로 변화시켰다. 식물환경이 변하자 동물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박쥐들은 이렇게 변화된 환경 속에 서식지를 늘려 무려 40종의 개체가 늘어났다고 한다. 사스,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는 야생동물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라고 하지만,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결국 이러한 재난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인간 문명이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는 SF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재난 상황을 매일 매 순간 겪고 있다.

이런 우울한 상황 속에서 나는 스스로 ‘예술가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냐’는 질문을 해보았다. 나는 섣부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공공예술을 통해 다시, 이 물질 만능의 도시를 나무와 풀이 울창한 공간으로 변화시키자고, 지금 당장 탄소를 줄이고 로컬푸드가 가능한 도시를 만들자’라고 말하기엔 예술가의 힘은 미약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매일 사람들이 숨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조형적이고 미학적인 미술작품을 함께 감상하자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잠시, 씨앗을 바라보자고, 씨앗 하나라도 심어보자고, 그저 흙을 맨손으로 만져보고 작은 씨앗을 심어 물을 주고, 조그마한 새싹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내밀 때까지 함께 기다려보자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시의 척박한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도시 속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생태적 공공예술’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SEED STATION 우주 농부의 정원>은 한반도 전역에서 채집된 토종 씨앗을 모아 도심 속의 씨앗 정거장으로서 기능하도록 구상된 프로젝트이다. 전라남도 곡성에서 토종 씨앗운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 ‘토종씨드림’의 덕분에 300여 개가 넘는 씨앗을 모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곡성까지 산 넘고 물 건너 울퉁불퉁한 길을 거슬러 올라가니, 두 명의 여성 농부들과 3마리의 개들이 토종 씨앗들을 지키고 있었다.

검정납떼기콩, 검정동부, 아주까리 밤콩, 굼벵이 동부, 어금니동부, 작두콩, 흰 제비콩, 선비잡이콩 등, 콩의 종류들만 해도 여러 가지였고, 그 빛깔과 모양 또한 다채로웠다. 나는 씨앗의 이름들만 소리 내서 말해도 재미난 토종 씨앗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었다. 경기도 화성에서 채집된 열무의 씨앗을 보자 초보도시농부였던 나는 어느 날 종묘상에서 구입한 초하 열무의 분홍색 씨앗이 떠올랐다. ‘토종씨드림’의 한 농부가 전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대개의 토종 씨앗들은 늙은 여성 농부들을 통해 수집된다고 한다. 자신이 늙어 죽으면 몇십 년 동안 거둔 씨앗들도 갈 곳을 잃으니 모두 가져가라고 하신 할머니도 있었다고 한다. 토종 씨앗들을 기록하고 카메라를 통해 확대해보니 씨앗마다의 아름다움에 나는 연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떠한 훌륭한 예술가도 작은 씨앗이 숨기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창조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다시 생각해보면 씨앗은 그 아름다움을 숨기도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내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300여 개의 토종 씨앗을 모으고 기록하며 <SEED STATION 우주 농부의 정원>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창동역 인근 상인분들과 지역주민들은 감자를 키우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왜 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 감자를 심냐고 묻기도 했다. 사실 앞서 언급했듯 창동역 공간의 삭막한 분위기는 나에게 공상과학영화 속에 나올법한 곳이었다. 이 우주 정거장 같은 공간에 초록색의 생명체가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떠올랐지만, 미세먼지는 말할 것도 없고 일조량도 물 수급도 턱없이 부족한 고가하부공간에서 식물을 키우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 SF소설을 영화화한 ‘마션’처럼, 화성에서도 감자를 키우는데 여기라고 못 키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며 ‘생태 인큐베이터’라는 이름으로 감자 키우기에 동참한 상인분들과 지역주민들은 어떤 날은 감자 싹이 올라오지 않아 조급하게 기다리고 했고, 어떤 날엔 생각보다 튼실하게 자라고 있는 감자 잎들을 보며 놀라기도 했다. 특히 창동역 인근의 상인분들은 가게를 열고, 닫을 때마다 감자 ‘생태 인큐베이터’를 양지바른 곳 내어놓고, 다시 밤이 되면 들여놓기를 반복하시며 정성스레 감자를 돌봐주셨다.

이렇듯 <SEED STATION 우주 농부의 정원>은 많은 사람의 정성으로 완성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전했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매 순간이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 다채로운 토종 씨앗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누군가의 정성 어린 눈빛에서, 척박한 환경에서 기특하게도 쑥쑥 자라난 감자 잎을 어루만지는 조심스러운 손에서 나는 진정한 예술을 보았다.

Preface to <SEED STATION Space Farmer’s Garden>

Contemplating a practical and ecological public art project in a metropolis

Eunbi Kwon, Artistic director

It was like I stepped into a sci-fi movie scene when I was standing at the gate of the Changdong Subway Station on a winter day in 2020, the year in which COVID-19 struck the entire world. The railroad rattled above my head, and as soon as the train stopped, commuters wearing masks rushed to the stairs of exit 1. The space under the station’s overpass seemed to me like an island. Like a water stream, buses and taxis fuming out exhaust ceaselessly turned around the lane between the station and the empty space under the overpass. Let’s suppose that anyone would want to shoot a dystopian landscape. In this case, the place under the overpass of Changdong Station could be a perfect location. The frontal scene, which is somewhat surreal, begged the questions: what is the role of public art? How can public art affect this deserted place?

These two questions led me to imagine green leaves dancing with the wind and the scent of the soil on a rainy day, and then reminded me of Henry David Thoreau. One day, Thoreau decided to leave the city and live in the woods. There, he built a 150 square feet cottage by himself and stayed for twenty-six months. While living there, he recorded his experiences thoroughly and later published it as Walden, or Life in the Woods. Like his book, this project aims to study urban ecology from an artist’s perspective, especially with recording and remembering various plants. This project is an image opposite of a massive gray concrete and steel-frame structure of the space under the overpass.

I wanted to say something: shall we just take a pause here? Look at these tiny seeds. Let’s just touch the soil with bare hands, plant the seeds, water them, and wait until the little buds poke its head out to the sky. Even though we cannot change the sterile environment of the city altogether, we may try an achievable practice, a practically ecological public art program under the given condition.

<SEED STATION: Space Farmer’s Garden> is a project to collect the indigenous seeds from all over the country of South Korea to build a ‘seed station’ in the city center. More than 300 seeds were collected thanks to “Native Seedream,” a non-profit organization based in Gokseong, Jeollanam-do Province. From Seoul to Gokseong, crossing the mountains, the streams, and the bumpy road, I met two female farmers with three dogs who take care of native seeds.

There were many kinds of beans with various colors and shapes, such as ‘larva’ cowpeas, ‘molar’ cowpeas, horse beans, white hyacinth beans, and ‘scholar’ soybeans. According to a story told by a farmer in Native Seedream, most of the native seeds are collected from old female farmers. There was an old lady, she said, who asked to take all the seeds that she had harvested for decades because they would lose the chance to sprout when she dies.

Remembering their different stories, I began to see the unique beauty of each one as I looked at the seeds through the camera. I was convinced that no great artist would be able to represent the beauty they secretly have. To be precise, they were not hiding their beauty at all. I just have not looked at the seeds closely enough.

While collecting and recording hundreds of native seeds in the <SEED STATION Space Farmer’s Garden> project, local merchants and residents near Changdong Subway Station started growing potatoes. They were chosen as suitable plants that could grow in a harsh environment, such as space under the overpass. This was the same reason the protagonist in the movie Martian chose to grow potatoes on Mars.

Growing potatoes with “the ecological incubator,” the participants were sometimes impatient when the sprouts did not come up. They shared wonder as they saw that the potato leaves grew healthier than expected. All the merchants took great care of the potatoes, setting the ecological incubator in a sunny place when they opened their stores and placing it back inside every night. A florist once missed a customer while explaining the ecological incubator to a passersby. One day, participants arranged many incubators on one side of the sidewalk so that people passing by the station could watch the potatoes more closely and comfortably. Instantly, a potato field spread out on the urban street. It was the voluntary public art itself performed by the participants.

As such, <SEED STATION Space Farmer’s Garden> was completed with the passion and devotion of many people. Even though Covid-19 was still prevalent, every moment of the project was a miracle. I saw the true art in the caring eyes looking at the colorful indigenous seeds and gentle hands touching the thankfully well-growing potato leaves in such a sterile environment.

공공미술 프로젝트 Seed Staion 우주농부의 정원

총괄작가: 권은비

프로젝트 매니저: 정다미

코디네이터: 한혜수

예술감자를 키우는 씨앗연구소/성북, 행운의 씨앗: 신승주

그래픽 및 출판디자인: 허현숙, 김지연

사진: 스톤김

도시농부전문가: 김선희

번역: 김경희

평론: 신양희

토종씨앗 자문 및 협력: 토종 씨드림

시공:곰디자인

도시감자인큐베이터 참여: 고병선, 김동훈, 김미숙, 김신기, 김신애, 박미정, 박미혜, 배영희, 백경숙, 신효은, 양지윤, 정윤주, 정지선, 조미숙, 차지민, 최영희, 홍승완, 황승연

도움: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 성북문화재단 김중업건축문화의 집 장윗, 성원선, 안석희, 손동인, 최연석

주최: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주관: 도봉구

작품: Public art Das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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